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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을 찾는 삶은 즐겁다

솔뫼1 2020. 6. 30. 22:44

행복을 찾는 삶은 즐겁다

자귀나무의 연분홍꽃과 남빛을 품은 수국이 어우러져 마치 양산을 쓴 우아한 부인을 연상시킨다.

 

참 기분 좋은 아침이지요? 잠시 쉬어 가세요!‘

갑자기 누가 내게 말을 걸어오는 것 같아 잠시 걸음을 멈추었다. 주변에 아무도 없었다. 그때 보랏빛, 연분홍빛, 남빛이 고루 섞인 연못가의 수국들이 눈에 확 들어왔다. 여러 송이들이 한꺼번에 피어 전체가 하나의 큰 꽃다발처럼 느껴진다. 백색에 가까운 꽃송이들도 섞여 전체가 커다란 한 송이 꽃처럼 보인다. 언제 보아도 우아한 부인을 연상시키는 꽃이다. 그 우아한 수국 위를 초여름에 피는 자귀나무의 연분홍 꽃이 양산처럼 펼쳐져 있었다. 표현하기 어려운 기쁨이 스며든다.

 

나는 거의 매일 가볍게 달리며 아침운동을 한다. 집에서 가까운 보라매공원에서 두 세 바퀴 속보로 걷거나 달린다. 공원에 안 나가는 날엔 아파트단지의 산책길을 걷는다. 두 곳 모두 수목이 울창하고 아름다운 화초들도 많다. 특히 공원에는 꽤 넓은 누에고치 모양의 연못이 있다. 초록 연잎이 무성하고 여름엔 연꽃도 핀다. 그 연못 둘레엔 고목에 가까운 늙은 왕버들과 멋지게 가지를 늘어뜨린 수양버들, 능수버들이 있고 키 작은 꽃나무들도 많다. 바로 옆에는 꽤 넓은 장미원도 있어 멋진 향기를 풍긴다. 그 외 공원 곳곳엔 온갖 화초들이 철따라 피어나며 키 큰 나무들이 숲을 이루고 있다. 나는 사시사철 꽃과 나뭇잎이 연출하는 색깔의 잔치를 맘껏 누릴 수 있어 행복감을 느낀다.

 

뿐만 아니라 공원엘 오갈 때 보이는 주택가 담장의 꽃이나 감나무, 살구나무 등의 열매가 자라고 익어가는 모습도 나를 기쁘게 해준다. 그 열매들을 통해 나는 내 고향의 옛 모습도 상상하곤 하기 때문이다. 이른 봄 잔설이 나부낄 때 하얗게 피던 살구꽃은 어린 마음을 까닭 없이 달뜨게 했다. 초여름 감꽃이 필 땐 남보다 먼저 감꽃을 주우려고 새벽잠 설치고 나갔다. 그리고 보리가 익고 모내기가 시작될 무렵이면 노랗게 익은 살구가 우리들의 입맛을 돋우었다. 초가을 따가운 햇살에 빨갛게 익어가던 고향의 감나무 모습도 떠올려 볼 수 있어 나는 즐겁기만 하다.

 

아무도 돌보지 않는 잡초밭에서 홀로 핀 샛노란 원추천인국이 귀엽다.

사람들은 도회지에서의 삶이 팍팍하고 무미건조하다고 한다.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도 사실이다. 팍팍하고 무미함 속에서도 다정스럽고 아름다움은 구석구석 스며있다. 해 뜰 무렵의 붉은 하늘을 고층 아파트 창문에서 바라보는 아름다움이 있고 아파트의 작은 화단일망정 철철이 피어나는 꽃들이 주는 즐거움도 있다. 이른 봄 공원 연못가 버드나무의 물오른 연두 빛 가지에서 미리 듣는 봄의 소리 또한 커다란 기쁨일 것이다.

 

잘 손질된 공원 화단에서 연이어 피어나는 진달래, 철쭉, 튜립, 붓꽃, 원추리 꽃도 반갑다. 온 세상을 밝게 비추려는 듯 도시 곳곳에서 한꺼번에 환하게 피는 벚꽃을 보는 행복도 있다. 보는 시각에 따라 모습이 달라지고 생각하기에 따라 아름다움과 즐거움은 커진다. 행복은 마음속에 있다고들 말한다. 그러나 나는 행복과 기쁨은 스스로 찾고 만드는 것이라고 하고 싶다.

 

초여름 따가운 햇살 아래 하루가 다르게 굵어지는 사과알이 귀엽다.
이제는 둥지를 떠나갔지만 오래된 사진틀 속에서는 어린이로 남은 딸들.

공원에 있는 체험농장 사과나무의 어린 열매가 귀엽고 화단 옆 풀숲에서 홀로 자라 꽃핀 노란 천인국이 신비스럽다. 다리난간이나 도심 전신주에 시청에서 내다 건 화분의 꽃들, 해마다 초여름이면 키 큰 줄기들마다 주렁주렁 수직선으로 매달리듯 피어나는 희거나 붉은 접시꽃들이 모두 행복을 안겨준다. 오랜만에 서랍 속에서 찾은 사진에서 보는 우리 아이들의 어렸을 적 모습 또한 기쁨을 준다. 이제 어른이 되어 둥지를 떠난 그들의 생각은 어떨지 상상해 보는 것도 삶의 즐거움이리라.

 

서울 근교 조용한 숲속 카페에서 마시는 차 한 잔에서도 즐거움을 느낀다.

그런가 하면 모처럼 시간을 내어 찾아간 서울 근교의 호젓한 숲속 카페에서 아내와 함께 마시는 차 한 잔도 행복감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또 마냥 어리게만 여겼던 막내 동생이 벌써 은퇴해서 함께 산행하며 들려주는 옛 추억담들도 나를 즐겁게 한다.

이래서 삶은 즐겁다. 나는 내일도, 모레도 즐거움을 찾아 나설 것이다. 도심이나 농촌, 들이나 산, 어디든 가리지 않을 것이다. 거기에 나의 행복도 함께 할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