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설날 유감---거실대신 공원

솔뫼1 2021. 2. 13. 23:27

설날 유감---거실대신 공원

 

2월 중순에 웬 난데 없는 상춘풍경? 삼삼오오 몰려나온 많은 사람들이 공원의 넓은 운동장 외곽에 나있는 트랙을 따라 행렬을 이루어 돌고 있었다. 그리고 그 옆의 똑 바른 산책길에도 사람들이 꼬리를 물며 걸어가고 있었다. 그 인파들 가운데는 유모차를 미는 젊은 부부들과 머리가 하얀 노인들도 많았다. 다만 사람들 모두가 마스크를 끼고 있다는 점이 특이할 뿐이었다. 아무리 따뜻하다지만 아직은 겨울인데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왜 몰려 나왔을까?

 

올해 설날은 정말 봄날처럼 따스했다. 날씨가 맑은 데다 한낮 기온도 영상12도였다. 뿐만 아니라 바람도 아주 부드럽게 살랑살랑 얼굴을 간질이며 불어 더 봄기운을 느끼게 해주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런 날씨는 3월 하순이나 4월 초순을 방불케 했다.

 

따뜻한 날씨 탓이었을까? 넓은 공원엔 몰려 나온 사람들로 붐볐다. 마치 벚꽃 만발한 봄날 꽃구경 나온 상춘인파를 방불케 했다. 서울 남쪽의 명소라는 보라매공원의 설날 한낮 풍경이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넓은 공원 양지바른 곳곳엔 자그마한 정자가 몇개 있는데 거기엔 노인들 몇 팀이 장기판까지 갖고와 두고 있었다. 주변엔 훈수꾼과 구경꾼들이 몰려서 지켜보고 있었다.

 

정부의 강력한 방역거리두기 조치는 명절날의 가족모임까지 못 하게 만들었다. 물론 굳이 모인다면 일일이 단속할 수는 없었겠지만 사람들은 정부조치에 잘 따라주었다. 가족들의 만남을 자제하라는 정부의 엄포에 가까운 독려 때문에 미리 기가 죽어서 그랬을까? 정말 착한 백성들임이 맞는 것 같다.

 

고향에도 가지 말아라. 한 가족, 같은 형제라도 주소가 다르면 5인이상 한 자리에 앉지 말아라. 만일 그랬다가 들키거나 확진자가 생기면 벌금도 물리겠다. 정부방침이 이토록 지엄하니 명절에 어디를 가고 누구를 만나 어떻게 즐길 수가 있겠는가?

 

이날 만난 공원의 겨울인파는 결국 오갈 데 없는 사람들이 몰려나온 탓이리라. 누가 이들을 민족의 큰 명절날 안방이 아닌 공원으로 몰려나오게 했나? 오래 만나지 못했던 가족들이 오순도순 모여앉아 웃고 즐기며 지내는 날이 명절 아닌가? 그렇게 하는 걸 못 하게 하자 밖으로 나와 이렇게 몰렸다.

 

보도를 보면 이런 현상은 전국 도처에서 벌어진 것을 알 수 있다. 주요 관광지가 모두 붐볐단다. 도시 근교의 산이나 산책로들에도 마찬가지였다.

 

집안에서 모이면 감영되고 밖에서는 이렇게 밀집 상태로 모여도 괜찮을까? 융통성 없는 정부의 방역조치가 빚은 웃지 못 할 풍경에 은근히 부아가 치민다. 그래도 사람들의 표정엔 명절 한 낮의 여유로움이 느켜지는 건 같긴 했지만 웬지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 내년 설에는 괜찮아 지기를 기대해 볼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