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터널 지나서 추억의 동산 걷다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었고 바람은 살랑살랑 불었다.
밝은 햇살 쏟아지는 서울 독립공원 광장옆 안산은 꽃동산을 방불케 하고 있었다.
101년전 삼일독립만세 소리의 함성이 아직도 들려오는 것 같았다.
오늘 오전 대학동창생 셋이 안산자락길을 걸었다.
자락길 대부분의 구간이 완만한 나무 데크로 된 걷기좋은 길이다.
절정을 지난 벚꽃은 봄바람을 타고 눈송이처럼 날리고 있었다.
개나리도 이제는 노란 꽃잎들 사이로 초록색 잎을 뾰족뾰족 내밀고 있었다.
곳곳에 피어있는 진달래는 수줍은 처녀인양 다소곳하게 보였다.
맞은 편 인왕산 남쪽 자락엔 온 산을 뒤덮은 개나리꽃이 흘러내리는 물결처럼 보였다.
간간이 보이는 복숭아꽃은 특유의 화려함을 뽐내고 있었다.
자락길은 그 꽃들의 터널 아래로 구불구불 산자락을 돌면서 이어지고 있었다.
내려다 보이는 서울시내엔 코로나19 공포가 휩쓸고 있지만 이 길은 평화롭고 아름답기만 했다.
우리들 셋은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면서 추억담을 쉴새없이 쏟아내며 걸었다.
길가양지녘에 마련된 쉼터에 앉아 눈송이 처럼 흩날리는 벚꽃세례를 받기도 했다.
그리고 그렇게 걸어 젊은 시절의 추억이 담긴 모교 연세대 구내로 내려갔다.
교정은 물론 주변 숲속 곳곳에 스며있는 즐거웠던 추억들을 모우며 거닐었다.
지나가는 후배들에게 부탁해 기념사진도 찍으며 잠시나마 학창시절로 되돌아 가기도 했다.
화사한 봄날의 눈부신 햇살에 잠긴 교정은 50년만에 찾아온 옛 식구들을 따뜻하게 감싸주었다.
캠퍼스를 나와 신촌시장안 골목의 음식점에서 한잔의 막걸리로 옛추억을 한번 더 되새겼다.
함께 걸은 길동무가 좋았고, 공유한 추억들도 좋았으며, 따스한 교정의 봄빛 또한 좋았던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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