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再婚의 빛, 그리고 그림자

솔뫼1 2017. 8. 6. 17:38


再婚의 빛, 그리고 그림자

 

 

얼마 전 친하게 지냈던 친구가 찾아왔다. 지방에 사는 친구라 오랜만에 만났다. 고향에서 함께 자랐기에 우리가 만나면 반드시 가족이나 고향 이야기가 뒤따른다. 그리고 지방도시에 살고 있는 A의 이야기도 꼭 나온다. 지방대학 교수로 은퇴한 A는 같은 마을에서 자란 죽마고우다. 친구는 A에 관한 최근 이야기를 전해주었다.

 

A는 오랜 기간 와병했던 아내와 사별한 후 3년쯤 지나 새 여자를 만났다. A의 아들은 엄마가 세상을 떠나기 직전 결혼했고 딸도 그 후 2년쯤 있다가 시집갔다. 그리고 A는 지인의 소개로 10살쯤 아래인 여자를 만났다. A로서는 주기적으로 들려서 챙겨주는 며느리와 수시로 들리는 딸의 보살핌이 있었지만 자식들의 그런 오히려 부담스러웠을 지도 모른다.

 

A에게 새 여자가 생겼다는 사실은 딸의 결혼 후에 알려졌다. 어느 날 분위기 좋은 곳에서 데이트를 즐기다가 다른 친구들에게 들켰단다. 처음엔 업무관계로 만난 사람이라며 둘러댔다. 그 후 소문은 널리 퍼졌지만 A는 시인도 부인도 않았다. 모임 때마다 친구들은 짓궂게 그 여자와의 관계를 물었지만 A이 나이에 재혼이 쉽겠느냐?’는 말만 되풀이 했단다. 그러던 어느 날 A가 모임에 나와 그 여자와 결혼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70살 남자가 혼자 사는 것이 쉽지 않기에 그런 결정을 했다는 것이다.

 

A의 여자 친구는 능력 있는 커리어 우먼으로 현재도 일하고 있다. 게다가 자타가 인정하는 지방의 명문여학교를 나온 데다 미혼이다. 일이 재미있어 앞만 보고 살다보니 혼기를 놓쳤다는 것이다. 그래서 친구들은 A가 새 여자의 사진을 보여주고 인적상황까지 들려주었을 때 큰 박수로 새 출발을 축하해 주었다. 그 자리에서 A는 결혼식과 같은 통과의례 없이 살림을 시작하겠다고 했다. 친구들도 그의 뜻을 존중하고 호박을 넝쿨 채 따 온 셈이라는 弄半眞半의 덕담까지 주고받았다고 한다. 친구가 전하는 이야기로는 그날 모였던 친구들은 아버지의 재혼을 받아들인 A의 자녀들이 훌륭하다는 얘기까지 했다고 한다.

 

A에 관한 이야기는 서울에 사는 친구들에게도 알려져 있다. 우리는 재혼부부들이 전처 또는 전남편 자녀들과 빚는 불협화음들을 주변에서 심심찮게 듣고 보았다. 뿐만 아니라 부모의 재혼을 흔쾌히 받아들이는 자녀들이 많지 않은 사실도 잘 안다. 이런 사정들 때문에 우리는 A의 자녀들을 칭찬하고 그의 새 출발을 축하했었다. 그 후 A는 혼인신고를 하지 않은 채 사실상의 결혼생활을 시작했다. 지방도시여서 서로의 집을 오가며 산다고 했다. 친구들은 그들의 새 출발을 축하해 주는 농담을 즐거움으로 삼았다. A 역시 그런 이야기들에 즐거워했다고 한다. 친구들은 속히 그들이 한 집에서 살고 모임에도 함께 나오라고 했고 A도 그러겠다고 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호사다마라고 했던가? 나는 그날 만난 친구를 통해 뜻밖에도 A의 불편한 최근 사정을 들었다. 세상에 비밀은 없다는 말이 실감났다. A의 새 여자가 나온 명문학교 동창생들을 통해 소문이 퍼진 것 같았다. 사실혼 관계를 유지한지도 벌써 상당히 오래된 지금 A는 자녀들과 새 여자 사이에서 냉가슴을 앓고 있다고 한다.

 

A가 새살림을 차린데 대해서는 아무 문제제기를 않았던 자녀들이 막상 A의 혼인신고는 강하게 반대한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A가 가진 적지 않은 부동산에 대한 자녀들의 생각 때문일 것으로 추측하고 있단다. 새 여자 쪽에서도 강한 불만이 전해진다. 60살이 다돼서 시작하는 결혼생활인데 호적상 정식부인 아닌 동거인으로 남을 수는 없다는 것이다. 생활능력이 있는 그 여자는 지금까지 느껴보지 못했던 남편의 사랑과 가정이란 울타리가 필요해 뒤늦게 그런 결단을 했다고 본다. 내 생각에도 그것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남의 자식들 눈총 받으며 살 것 같지는 않다.

 

이 이야기를 들으니 거의 비슷한 문제로 속을 썩이고 있는 다른 친구가 생각난다. 그도 6년 전쯤 부인과 사별 후 2년 전부터 새살림 차린 여자와 혼인신고를 앞두고 있다. 이 친구는 딸보다는 아들이 더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당사자들의 사정도 이해가고 자녀들의 심정도 알 것 같다. 그렇지만 아무도 문제를 해결해 줄 수는 없다. 수명이 길어지는 요즘 부부가 백년해로하는 것만이 최선이겠지만 그게 어디 마음대로 되는 일인가? 나도 집사람의 건강을 좀 더 세밀히 챙겨 주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