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스크랩] < 斷想 > 우리의 준법정신은 몇점일까?

솔뫼1 2017. 7. 11. 20:04



우리들의 준법정신은 몇점?

 

 

우리나라 사람들의 준법정신을 백점만점 기준으로 표시한다면 몇 점이나 받을까? 물론 사안별로 다르겠지만 공중도덕이나 공공질서, 교통규칙 준수를 기준으로 한다면 얼마나 나올까? 특히 감시의 눈초리나 장치가 없는 곳에서라면 어떨까? 나의 편견일지는 모르지만 낙제점을 면하기 어려울 것 같다.

 

나는 최근 20년간 살던 동네를 떠나 먼 곳으로 이사했다. 이사한 곳은 새로 입주하는 대단지 아파트단지여서 45일이라는 한정된 기간에 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입주를 해야 한다. 그렇다보니 거의 매일 이삿짐을 싣고 들어오는 차량들의 행렬이 줄을 이었다. 이제 그 입주기간이 거의 끝나가기 때문에 상당히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 물론 엘리베이터 내부는 아직도 대형 이삿짐에 부딪혀서 일어날 수 있는 파손에 대비한 두터운 보호막 패널들에 그대로 싸여있다.


 

또 매일 쓰레기 수거장소들마다 산더미처럼 쌓이던 각종 폐기물들의 양도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단지가 무척 크기 때문에 쓰레기 수거장소의 규모도 크고 수도 무척 많다. 그렇지만 아직은 입주 초기여서 그런지 각종 재활용 쓰레기들을 날짜 제한 없이 배출토록 하고 있다. 첫 입주자들을 위한 배려로 보인다. 전에 내가 살았던 아파트에서는 날짜를 정해 재활용 쓰레기들을 수거해 갔기 때문에 지정된 날에만 내다버릴 수 있었다.


 

그런데 매일 산더미처럼 나와 쌓이는 쓰레기들을 보면서 나는 사람들의 양심에 심한 회의감을 갖게 됐다. 입주자들의 편의를 위해 날짜제한 없이 배출하는 것은 허용하지만 서울시와 각 구청에서 정한 배출규칙까지 해제하지는 않았다. 배출되는 생활 쓰레기나 음식물 찌꺼기, 크고 작은 각종 재활용 폐기물들은 각각 그에 맞는 배출규칙이 있다. 예를 들면 일반 생활 쓰레기는 구청에서 판매하는 종량제 비닐봉투에 담아버리고, 음식물쓰레기는 지정된 수거함에 무게를 체크한 후 버려야 한다. 재활용 폐기물들은 크기나 모양, 종류에 따라 알맞은 수거 티켓을 사서 부착해야 한다.

 

처음 얼마동안 말없이 수거해가던 수거업체에서 드디어 위반한 쓰레기나 폐기물들에 대해 경고장을 붙이고 수거를 중단했다. 물론 처음부터 쓰레기배출에 대한 안내문이 게시됐고 관리사무소에서도 매일 수차례씩 안내방송을 했다. 그런데도 많은 사람들이 마구잡이로 내다버리자 강권을 발동한 것이다. 그 때문에 어떤 동의 수거장소에는 수거 않고 쌓아둔 폐기물들이 흉하게 쌓여있다.



 쌓여있는 폐기물들의 종류나 크기도 정말 다양하다. 그것들마다 노란색의 커다랗고 네모난 딱지가 붙어있다. 거기에는 수거 않는 이유와 배출 스티커를 사서 붙이라는 안내문이 씌어 있었다. 어떤 것들은 대형비닐봉지에 여러 가지 폐기물이 뒤섞여 들어있는 상태이고 어떤 것은 낱개로 된 각종 생활용품들이다. 그 물품들 중에는 대형 소파나 목제 가구, 구형 텔레비전, 유리거울이 붙은 큰 화장대, 의자, 유리가 끼어있는 커다란 사진액자도 있다. 노란 경고 딱지가 붙은 이들 물품들은 몇 일째 그대로 방치되고 있다.


 

관리사무소의 반응도 날이 갈수록 첨예해지고 있었다. 며칠 전부터는 내다버린 대형 폐기물에 <몇 동 몇 호에서 어느 날 버렸음>이라고 굵은 매직펜으로 표시하기 시작했다. 엘리베이터나 출입구의 무인 키메라로 확인했거나 이사현장에서 적발했는지는 모르겠다. 그런 경고문이 적혔거나 경고딱지가 부착된 것들 중 극히 일부는 후에 구청의 배출 스티커가 부착돼 수거되기도 했다. 그러나 아직은 많은 폐기물들이 흉하게 한쪽 옆에 그대로 방치되고 있다.


 

이들 폐기물들이 언제까지 방치될지는 모르겠다. 내다놓은 사람들도 분명히 거기에 적힌 경고문이나 경고 딱지가 붙은 것을 보리라고 생각한다. 다행히 쉽게 썩는 것들이 아니어서 악취는 안 나지만 경관은 정말 볼썽사납다. 산뜻하게 꾸며진 정원이나 도색이 예쁜 새 아파트로서는 그런 꼴불견이 없겠다. 하루 빨리 이들 꼴불견들이 말끔히 정리되기를 빌 뿐이다.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행위는 또 있다. 대단위인지라 주차장은 모두 지하층에 있다. 지하주차장으로 통하는 지상 출입구 앞에는 대형 원을 따라 돌도록 화살표가 표시된 주차선이 그려져 있다. 원 가운데는 정원 모양의 작은 조형물이 있지만 없는 곳도 있다. 그런데 적지 않은 차량들이 화살표를 무시하고 역주행하기 일쑤다. 화살표를 따라 조금만 돌아가면 될 텐데 왜 그렇게 역방향으로 나가는지 이해가 안 된다. 어느 날 아침 운동 길에 나는 한참을 지켜봤다. 그랬더니 열대 중 두 세대가 반대로 나갔는데 그들은 대부분 젊은 사람들이었다. 정말 뒷맛이 씁쓸하게 느껴졌다. 아무리 봐도 이 아파트 사람들의 준법점수는 낙제점을 주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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