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위길 걸으며 冠岳의 진면목 실감
속설인지 정설인지는 모르지만 악(岳, 嶽)자가 붙은 산은 산세가 험하다고 한다.
관악산(冠岳山)이 험하고 위험한 것도 이 관점에서 본다면 맞는 말인 것 같다.
예로부터 관악산은 송악산, 화악산, 운악산, 감악산과 함께 京畿五嶽으로 불렸을 정도로 산세가 험한 산이다. 서울 남쪽에 있는데다 높이도 629m밖에 안 돼 비교적 쉽게 여기며 오르내리지만 결코 얕잡아 보아서는 안 될 산이다.
도심과 가까워 접근성이 좋기 때문에 시민들에게 친숙하긴 하지만 바위가 많은데다 산행하기 힘든 구간이 많다. 특히 과천과 안양에서 시작해 서울의 사당동으로 이어지는 주능선은 날카롭고 절벽에 가까운 암석들이 많아 위험하다.
그러나 관악산 산행의 진수는 바로 이 험한 바위길 구간을 오르내리며 맛보는 스릴에 있다고 해야 할 것이다. 일찍 찾아온 초여름 무더위가 맹위를 떨쳤던 6월17일 고향 친구와 둘이 정부 과천 정부청사역에서 만나 관악산에 올랐다.
험하기로 소문이 난 6봉을 곧바로 오르고 싶었지만 더운 날씨에 무리가 될 것 같아 6봉 동쪽의 계곡을 따라 오르기로 했다. 등산로 초입에서 조금 들어간 곳에 있는 상하 두개의 문원폭포를 지나면 숲이 우거진 가파르고 깊은 계곡길이 시작된다.
등산객들이 많이 다니지 않아 주위를 잘 살펴야 길을 잃지 않고 오를 수 있다. 게다가 경사도 무척 심해 힘이 든다. 숲이 우거진데다 약간 구름이 낀 날이었지만 바람이 없고 계곡이 깊어 무척 더웠다. 그렇지만 내려갈 수는 없으니 발밑을 조심하며 묵묵히 올라갔다.
땀이 비 오듯 흘러 내렸다. 숨이 차고 땀방울이 눈으로 들어가 정말 힘들었다. 중간 중간 쉬면서 물마시고 간식을 하며 올라갔다. 두어 차례 길을 잘 못 들어 되돌아 나와 다시 길을 찾아 오르기도 했다.
그렇게 안간힘을 쓰며 산행시작 한 시간 만에 6봉의 동쪽 관악산 주능선에 올라섰다. 조금 떨어진 북쪽에 한국방송공사의 송신탑이 하늘을 찌를 듯 위용을 뽐내고 있었다.
우리는 바위에 기대어 숨을 고른 후 송신탑 쪽으로 이어지는 능선 길을 걸었다. 크고 작은 바위가 쉴 새 없이 우리들의 길을 막았다. 그중엔 높게 솟은 날카로운 것도 있고 내 키보다 높은 암벽도 나타났다. 또 칼등처럼 좁은 바위길이 이어지기까지 했다.
그러나 사방이 탁 트여 조망이 좋았고 바람도 솔솔 불어 더위를 식힐 수 있었다. 어느 곳에선 앉아서 바위에 등을 바짝 붙여서 내려갔고 어떤 곳은 건너뛰었다. 그런가 하면 뒤돌아서 바위에 매달리다시피 해서 오르고 내려가기도 했다. 때로는 위에서 잡아 주거나 아래에서 받쳐주며 우리는 힘겹게 능선 길을 걸었다.
그렇게 가다보니 기상청의 둥근 원형 안테나와 뾰쪽탑들이 서있는 능선 아래 공터에 도착했다. 공터앞 넓은 바위사면에 관악산 정상 표지석이 서있다. 다른 등산객에게 부탁해 우리 둘은 함께 기념촬영을 한 후 사당역을 향해 하산을 시작했다. 수직암벽에 설치된 가파른 철제 계단도 지나왔고 멋지게 만든 나무 계단 길도 있었다. 지나온 능선구간보다는 덜했지만 여러 번 험한 바위 길과 가파른 계단이 나왔다.
험한 능선과 가파른 계곡 길 10km를 지나 과천을 출발한지 7시간 만에 사당역에 도착했다. 정말 오랜만에 제대로 된 산행을 즐긴 하루였다. 한 잔의 막걸리로 험난한 산길을 넘어 오느라 생긴 피로를 말끔히 씻어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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