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바라는 새해 所望
--차수변경(次數變更) 불가(不可)의 辯--
또 쓸데없는 짓을 하는 것 같다. 그래도 ‘안 하느니만 보다는 나을 것 같다.’는 생각에 ‘쓸데없는 짓’을 올해도 해 보고자 한다. 거기에 이번의 쓸데없는 짓이 제발 좀 오래 계속 되기를 바라는 마음도 함께 담아본다.
사람마다 새해가 시작되면 나름대로 적지 않은 소망들을 생각하고, 또 그것들을 실천하는 방법까지 구상하곤 한다. 나 역시 예외는 못 된다. 올해도 나는 몇 가지의 다짐들을 일기장 첫 장에 또박또박 써 놓았다.
그 중 한 가지만 여기에 공개해 실천의지를 다져본다. 이는 혼자서는 못 할 것 같아 타인의 힘을 빌려 나의 약한 의지를 보충해 보려는 뜻도 담겨있다. 옛날 말에 ‘중[僧]이 제 머리 못 깎는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내가 우리 가족들에게 인기를 얻지 못하는 요인들 중 으뜸가는 것은 나쁜 음주(飮酒)버릇이다. 술을 자주 마시는 것만도 나쁜데 고주망태가 되는 일까지 잦았다. 그 때문에 식구들에게 많은 상처도 주었고 가장으로써의 체면도 많이 깎였다.
지나간 날들에 내가 술 미시고 벌였던 추태나 실수들은 이루 셀 수 없을 만큼 많다. 그것들 중엔 지금 생각하면 창피할 정도를 넘어 커다란 사고로 이어질 뻔했던 일들도 몇 번 있었다. 그런데도 무사했던 건 오직 하나님의 보호라고 해야겠다.
그때마다 나는 가족들에게 ‘다시는 이런 실수를 하지 않겠다.’고 말하곤 했지만 제대로 지켜본 적은 없었다. 오로지 ‘가족이고 남편이고 아버지’란 이유 하나만으로 가족들이 나를 품어왔을 것이다.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
3년 전 1월에도 나는 만취상태로 귀가하다 넘어지면서 크게 다친 적이 있었다. 가로수에 부딪쳐 코 안쪽이 찢어져 봉합수술까지 받았었다. 다행히 외관상으로는 아무런 표시도 없이 치유됐다. 당시 수술했던 의사의 말이 아직도 섬찟하게 들리는 것 같다.“만일 5mm정도만 더 안쪽으로 찢어졌다면 출혈로 엄청난 결과를 당했을지도 모를 상처.”라고 했었다.
그해 나는 주변의 모든 친지들에게 선언을 했다. 거의 금주(禁酒)수준의 초강력 절주(超强力 節酒)를 할테니 술을 권하지 말라고. 그리고 어느 술자리에서든지 석잔 이상의 술은 안 마시겠다고 덧붙였었다. 그 선언은 한해 가까이는 그럭저럭 지켰지만 어느 새 허물어지고 말았다. 그 일 이후 세 해가 지난 지금 나는 어느새 예전처럼 술을 마시고 있다.
나 자신에게 너무 너그러웠음을 고백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2020년 새해를 맞아 나는 다시 한 번 술과의 전쟁을 선포한다. 완전한 금주는 아무리 생각해도 지킬 수 없을 것 같아 이번에도 강력한 절주를 하려고 한다. 다만 이번엔 절주의 방법을 조금 달리할 생각이다.
한 자리에서 마시는 술의 양을 제한하는 대신 마시는 방법을 바꾸기로 했다. 그건 2차, 3차로 자리를 옮겨가며 마시지 않는 것이다. 물론 1차의 주석에서 마시는 양도 줄이려 한다. 그렇지만 차수변경(次數變更)은 엄격히 하지 않을 생각이다.
<술자리 차수변경(次數變更) 절대 불가(不可)>가 나의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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